초겨울답지 않은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차가운 비가 내리고 난 후 평년 기온을 되찾겠다는 예보다.

어제는 태백 준령에 많은 눈이 내렸다.
영(嶺)을 기점으로 東과 西의 기상이 극명하게 다르다.

지난 주말에 군세 조정을 모두 마쳤다.
그동안 제거하기가 아까워(?) 미적거리던 구왕들을
큰 맘 먹고 제거한 후, 약군에 보충해 주었다.

워낙 산란능력이 탁월하고 분봉열도 없었기에
관행처럼 행해지는 구왕 교체가 낯설기만 하다.

주인의 간택을 받지 못해 명을 다하지 못한
여왕벌들에게 죄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다.

기상이변으로 언제 영하로 곤두박질칠지 예측이 불가능해
기온이 높은 날임에도 결행을 했다.

기온이 높아 원통이 있던 자리로 돌아올 것에 대비,
봉장을 옮겨가며 보충을 한 덕분에 부작용은 없어 보인다.

봉장이 한 곳 뿐일 때, 어설프게 세력을 조정하다가
큰 낭패를 본 기억이 새롭다.

사양기 뒤에 보충을 해 준 다음 날 확인하니,
소문 앞에 수북하게 쌓인 벌들의 주검을 보면서 느끼던 낭패감과
주인의 무지로 인해 빚어진 참극에 대한 죄책감.
다시는 겪지 말아야 할 아픈 교훈들이다.

엄동설한을 대비하여 봉장 주변의 오물을 모두 수거해 처리하고,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프로폴리스를 채취했다.

최종적으로 월동 포장을 하면서 망을 수거해 채취를 하면,
예년과 비슷한 2㎏ 정도가 예상된다.

매스컴에서 홍보를 한 덕분인지 프로폴리스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생산도 중요하지만 제품 홍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방송에서 비중 있게 다뤄준 덕분에
프로폴리스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돌아오는 주말에 최종 월동 포장을 계획하고 있다.
포장이래야 내부 격리판 밖으로 난 공간을 골판지를 이용하여 막아주고,
상단에 보온 개포를 덮어주기만 하면 끝이다.

보온덮개를 외부에 덮어주던 예년의 관행은 생략하려 한다.
현 상태만으로도 충분한 보온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일정이 잡힌다면 월동 포장을 마친 이후부터,
구매한 벌통 조립과 도색을 하면서 연말을 맞을 것 같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벌들이 겨울 휴식에 들어간 후
봄을 그리며 자재정비를 할 때의 마음은 너무나 편안하다.

추위에 손을 호호 불면서 하는 일이어서 진도가 나가지도 않고,
추위에 언 몸이라 행동이 굼뜨기는 하지만, 진한 향기 풍기는
아카시아 꽃에 벌들이 방화하는 생각만 해도 힘이 절로 나는 것 같다.

올 연말도 혹한이 몰아치기 전까지는 양지바른 곳에서
내년 봄을 그리며 일에 파묻혀 행복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사부님!!!
궂은 날씨에 어찌 지내시는지요?
멀지도 않은 위치에 살면서도 찾아 뵙는 다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요즘은 쫓기듯 지나온 시간들을 반추하며 한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한 치의 여유를 찾을 겨를도 없이 보낸 한해였습니다.
덕분에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이 모두가 사부님과 주위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임을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친척 한 분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먹고 살만한데 무엇 때문에 그리 고생을 하느냐면서
떼돈 버는 것도 아닌데, 즐기기도 하며 여유 있게 살라고 하더군요.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것을
그 분들에게 어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더군요.

자기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들어 시간 여유가 있으니 오히려 몸 곳곳이 말썽을 부립니다.
긴장이 풀려 그런 모양입니다.(군기가 빠진 때문일 것입니다.)
바쁘고 힘들 때는 아플 틈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찾아뵙고 많은 말씀 나누겠습니다.
형수님께서 해 주시는 맛난 안주에 꿀맛 같은 술 한 잔, 기대하겠습니다.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 양평에서 제자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