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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양봉일기(99) - 또 한해를 마무리하며 2006/12/27

꿀벌마니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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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연상케 하던 날씨가 다시 본 모습을 찾은 것 같습니다.
회색빛 풍경에 어울리는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내일부터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는 예보입니다.
추우면 불편하지만,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인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거주하는 지역의 양봉인들과 연말 모임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연로하신 분들이지만, 벌 관리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 못지않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짧은 지식을 나눠드리리라 약속을 했습니다.
얼마나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지만, 성심 성의껏 알려드릴 생각입니다.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겪었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 그리고 장기간의 여름 가뭄과 불볕더위로
꽤나 힘들었던 한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해 농사를 마무리한 시점에서 지나온 날들을 정리하여
잘못된 부분은 반성을, 잘했던 부분은 보완∙발전시켜
내년에는 좀 더 나은 결과를 얻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내용이 진부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석고에 감염된 봉군 1통을 일찌감치 포기하지 못하고,
치료를 해 보겠다고 여름 내 씨름을 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치료도 하지 못한 채 소각 처리하고 말았습니다.

발병했을 때 치료에 연연하기보다 처리를 했어야 했습니다.
애꿎게 시간 낭비만 할 꼴이 되었습니다.
옆 통에 전염이 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는 월동 사양을 하는 도중에 도봉이 붙은 봉군 처리 미숙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봉장 위치만 옮기면 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인지 옮긴 곳에서도 도봉이 붙더군요.
결국 모두 아사하고 말았습니다.
도봉이 붙었을 때 다른 봉군 앞에 털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모두다 욕심이 과해서 빚어진 일들입니다.
포기할 것은 일찍 결단을 내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양기가 새는 것을 모르고 먹이를 계속 주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다행이 그 통에는 도봉이 붙지 않았지만, 약군을 면치 못했습니다.
결국 다른 통에 합봉 처리를 하고 말았습니다.
월동 사양 전에 사양기 점검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토봉 관리를 제대로 하겠다던 작년의 약속을 올해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다만 토봉용 소초에도 조소를 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 합니다.

아무런 보온 조치도 하지 않고 방치하다시피 두었는데,
내년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양봉에 비해 관심이 덜 가서 토봉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양봉과 같은 공간에 배치하여 도봉을 견제하다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관심을 가지려 합니다.

한 해 결산을 하면서 스스로 뿌듯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처음으로 5단(6층) 계상을 편성해 한 자리에서
군 당 3말 가까운 적지 않은 양의 수확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제게 특별한 기술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장소와 여건을 조성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5단(6층) 계상을 유지하면서도 분봉이 가장 많은 유밀기에
분봉열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한 부분은 제게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유별나게 덥고 장마도 길었던 올 여름에 벌을 관리하면서
심각한 질병에 걸리지 않고 제법 강한 상태로 월동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제게는 큰 소득이라 생각합니다.

인접에서 소량의 벌을 관리하시는 3분께서 장수말벌로 인해
전멸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변변히 장수말벌 구경도 못하고
가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또한 큰 행운이었습니다.

종자 개량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서 근친교배를
철저히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봉장 부지를 선뜻
임대해 주신 분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또한 국내에서 개량한 우수 종자 ‘충주호’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밀력이 기존 벌에 비해 2배 이상이라고 하니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왕대를 선뜻 분양해 주신 원주의 홍 선생님께도 감사 말씀 드립니다.

내년에는 ‘충주호’와 ‘이탈리안 종’ F1을
서로 다른 공간에 배치하여 F2를 생산해 볼 생각입니다.
2종자의 우수한 형질만 가진 여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역시 결과 나오면 글 올리겠습니다.

올해 새롭게 양봉을 시작한 분께서 저와 동일한 방법으로
관리하여 군 당 2말 이상의 수확을 하고,
봉군도 9배로 증식하여 실한 상태로 월동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제가 하는 방법이 그동안 해왔던 기존 방법보다
조금 더 효율적이었다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 좀 더 일손을 줄이면서 능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창출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월동 결과는 아직 장담할 수 없지만,
새롭게 내부 포장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내부 포장 외에 별도의 외부 포장을 하지 않은 상태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외관상으로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입니다.

엉성해 보이는 부분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모두 무사히 겨울을 난 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다만 낙봉 등 부작용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합니다.
월동 성적뿐만 아니라 봄 벌 증식도 지켜본 후에 결과 올리겠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됩니다.
구상하고 시행하면서 느끼는 설렘과 기대, 흥분과 희열은
일상에 지쳐 늘어지는 마음을 팽팽하게 긴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살아있는 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므로 마음 졸이는 것은
감수해야 할 저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벌들과 인연을 맺은 후 다섯 번째 겨울을 맞았습니다.
첫 해에 느꼈던 불안감과 초조감은 없지만, 행여 방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건방진 말씀 같지만, 다섯 번째 봄 벌을 관리하면서
벌에 대한 눈이 트이는 것 같습니다.

지난 4년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호기심 반, 욕심 반으로
무작정 선배님들의 가르침을 따라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이제야 나름대로 지식이 정립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지나온 1년이 제게는 그 어느 해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도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 주신 저의 사부님과 주변의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현재까지 해온 것보다 더 노력하여
능률적인 관리 방법을 찾아내 주변에 알리는 것으로 보답하려 합니다.

그리고 늘 일에 찌들어 피곤을 달고 다니는 제게 아내의 내조는 일등공신입니다.
아내에게도 이 글을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아빠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인
아이들이 투정부리지 않고 잘 참아 주어 더욱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곁에서 성원하고 지원해 주는 가족이 있었기에
힘든 과정을 극복하여 올해의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행복한 일도 불행한 일도 참으로 많았던 2006년이 저물어 갑니다.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롭게 맞을 丁亥년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뜻하시는 모든 일들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시기를 기원하며,
매일 매일이 행복한 일들로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만상, 풍밀) 많이 받으세요!!!

  - 양평에서 제자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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