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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양봉일기(40) - 분봉 • 합봉 그리고 또 한번의 시행착오 2005/08/29

꿀벌마니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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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하던 아침저녁 기온이 다시 정상을 되찾았다.
찬물로 샤워를 하니 등골이 서늘하면서 하루의 피로가 가시는 것 같다.

기온의 등락이 가파르지만, 가을은 벌써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 것 같다.
코발트 색 하늘이 너무 아름답고, 들녘의 벼는 어느새 누렇게 변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봉장 근처의 물봉선화가 자주색 꽃을 피웠다.
계곡의 북나무 꽃이 만발하고, 환삼덩굴에서 미색 화분이 제법 분비되는지
다리에 주렁주렁 화분덩어리를 단 벌들이 분주하게 소문을 드나든다.

지난 주말 이틀 동안도 역시 일에 푹 빠져 지냈다.
세력 조정도 하고 화분 보충과 사양도 하면서.....

현재 봉군은 최소 5매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세력이 조금 부족하고, 3매 정도의 산란을 하는 봉군에만 보충을 해 주면 될 것 같다.

양봉 4년 차.
벌 관리에 대해 제법 안다고 나름대로 자부심도 가졌었는데,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일이 있었다.

계상 내검 중 소비 사이가 썰렁하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산란을 잘 하던 구왕은 보이지 않고, 소비 가장자리에 옆구리가 파괴된 왕대가 여럿 보인다.

소비마다 정밀하게 한참을 확인한 후에야 부지런히 움직이는 처녀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름 휴가를 다녀와 너무 몸이 무거워 세력이 강한 계상만 확인하고
일주일을 걸렀을 뿐인데, 그 사이에 분봉이 나간 것이다.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치 않는 벌들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한창 분봉 나갈 시기를 잘 넘겼다고 안심했었는데, 찬바람 도는 이 시기에 분봉이라니.....

이미 등 돌리고 떠난 자식 아쉬워한들 무슨 소용이랴?
잠깐의 망설임 끝에 봉군 자체를 해체하기로 했다.

어차피 약군 지원세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으니,
계상으로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라 판단해서다.

우선 처녀왕과 유충판, 봉판과 저밀 소비 1매를 뽑아 교미상을 편성하고,
남은 벌들은 벌 수량에 맞게 소비를 빼낸 다음, 무왕군 상태로 만들었다.

교미상의 처녀왕은 가을 신왕으로 양성을 해 볼 생각이고,
무왕 상태의 봉군은 이틀 후 약군에 합봉해 줄 계획이다.

나른한 월요일 출근하여 바쁘게 임무를 수행하고 퇴근길에 봉장으로 직행해
무왕군을 약군 2통에 나눠 소문 앞에 털어 주고 마지막 소비를 막 털려는데, 구왕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틀 전 그리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던 구왕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정리가 되질 않는다.
어제까지 산란한 흔적도 없고, 오늘 산란한 알이 몇 개 있을 뿐이다.

아마도 분봉을 나갔다가 날개가 잘려 소문 부근에서 머물다가
본 집에 왕이 없게되니 일벌들이 다시 영입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다른 통 앞에 털어 준 벌들을 다시 끌어 모을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다.
망설임도 잠시 구왕에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제거를 한 후에
남은 벌을 모두 소문 앞에 털어 합봉을 시켰다.

봉판과 공소비를 합봉하는 소상 안에 넣어준 다음,
혹시 충돌이 생길까 염려되어 속살만을 골고루 진하게 뿌려 주었다.
진드기 구제도하고 합봉제 역할도 기대하면서.....

1∼2년 차에나 겪음직한 실수와시행착오를
요즘 들어 심심찮게 저지르고 있다.

체력이 달리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생기는 일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에 도전하고 있지만, 역시 무리를 하는 것 같다.

모든 관리가 끝나고 한가한 겨울이 되면 마음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기에 적정 봉군 수는 지금의 ⅓정도를 줄인 양이 될 것 같다.

올해부터는 일을 쉽고 빠르게 하는 방법을 체험하고 있다.
내검을 하지 않고도 여름 벌을 키울 수 있다는 분이 계시던데,
정말 그리 해도 문제가 없을까 의문이 생긴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기에,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숙달되고 발전되는 것이라 믿고 싶다.
세상에 쉽게 얻는 것은 없다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으므로.....

사부님!!!
요즘도 매일 바쁘게 지내시지요?
마음이 바쁘다보니 연락도 자주 못드려 죄송합니다.

모든 세상일에 욕심이 가미되지 않는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욕심이라는 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나의 노력과 정성을 다한 뒤에 순리에 따라 얻어지는 결과에 대한 욕심 말입니다.

욕심이 없다면 참으로 모든 일이 무의미하고
우선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돈 몇 푼에 궁해 이 일을 하면서 고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해놓은 목표(장학사업)를 달성하기 위해 힘들어도 즐기면서 하는 것이므로,
그 욕심이 에너지의 근원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의 벌 관리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모든 일에 마무리가 중요하듯 끝까지 긴장 늦추지 말고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매일 매일이 새로운 행복으로 가득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양평에서 제자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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