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위해 시동을 걸려고 밖에 나와보니 이게 웬일?
양은 많지 않지만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우수도 지났는데 눈이라니, 동장군이 떠나기 앞서 심술을 부리는 모양이다.

정오 무렵부터 햇살이 비치더니 일기예보와는 달리
바람도 없고 기온도 조금 올라간다.

망설이던 축소를 위해 동료와 함께 준비물을 챙겨 봉장에 도착했다.
기온이 낮아 벌들이 날지 않을 것 같아 훈연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개포를 들추자 별안간 찬바람에 놀랐는지 서너마리가 날아 오른다.

안돼겠다 싶어 개포를 덮고 훈연을 한 다음 조심스럽게 축소를 했다.

여왕벌이 붙은 소비와 먹이가 어느 정도 있는 소비를 벽쪽에 붙인 다음
격리판으로 막고 나머지 소비는 벌을 붙인 채 격리판 뒤로 넘기고,
사양기 입구에 미니 사양기를 설치하고 미지근한 물을 조금 부어 주었다.

소비 사이에 왕스를 부착하고, 소비 위에는 화분 떡을 올려 주었다.
진드기 약을 분무해 주려고 했으나
기온이 너무 낮아 약해가 있을까 염려되어 일주일 뒤로 미루었다.

산란 여부를 확인하니 이틀 전 부터 산란을 시작한 통이 보일 뿐이라
일주일 뒤로 미루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사양기 뒤에는 스티로폼으로 막아 공간을 축소하여
불필요한 열 낭비가 없도록 해 주었다.

개포 위에 보온 개포 그리고 그 위에 신문지를 덮었다.
겨우내 모서리 한쪽을 접어 놓았던 환기구는 막아 주었다.

벌들이 날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벌 고르기를 통해 어느 정도 세력을 조정했지만,
막상 축소를 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의외로 강한 통도 약한 통도 있다.
그래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세력이다.

3매가 강한 통도, 2매가 약한 통도 있지만,
90%가 2매가 강한 벌이다.
염려했던 것 보다는 세력이 실한 것 같아 다행스럽다.

축소 3매에 계상으로 월동하는 분들에 비하면 비교할 수도 없지만,
내 실력에 이 정도면 만족해도 될 것 같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강하게 착봉시켜 월동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거의 같은 조건으로 월동을 했는데도 통마다 하고 있는 모습은 각양 각색이다.
사봉이 거의 없이 깨끗한 통이 있는가 하면,
사봉이 수북하게 쌓여 소문을 막고 있는 통도 있다.
무슨 이유일까?

먹이가 부족한 통은 빼 놓았던 저밀 소비를 격리판 뒤에 보충해 주었다.
대체적으로 먹이 상태는 좋은 편이다.
일주일 후에는 묽은 당액을 봉지에 담아 소비 위에 올려 줄 생각이다.

축소를 하는 중에 어제 약속한 분이 찾아와 분양을 받아 갔다.
50군을 관리했었는데, 월동 사양까지 마친 작년 10월 중순 경에
진드기 피해를 입어 전멸을 했단다.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계획했던 분양을 모두 마쳤다.
남은 10여 통은 모두 예약을 한 상태다.
아직 봉군을 배치할 장소가 없어 며칠 미룬 상태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모두 분양이 되어 홀가분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낀다.

여러 곳으로 시집간 벌들이
새 주인의 의지에 따라 번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축소를 모두 마치니 오후 4시가 넘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자 금새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도 강해진다.

최종적으로 소문을 구부린 철사를 이용해 사봉을 끌어내고,
보온 덮개를 소문까지 내려 덮어 주었다.
오늘 밤부터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고 해서다.

추운 날씨에 점심도 거른 채 곁에서 도와준 동료와
얼큰한 해장국에 소주 한잔 걸치니 금새 얼굴이 달아 오른다.

조금 무리한 감은 있지만 축소를 모두 마치니 홀가분하다.
아무 문제 없이 산란이 잘 나가기만 바랄 뿐이다.

사부님!!!
분양도 모두 하고, 축소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모두가 사부님께서 지도해 주시고 성원해 주신 덕분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한, 두차례 꽃샘 추위가 있겠지만,
방심하지 않고 열심히 관리하겠습니다.

축소도 마쳤으니 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사부님 내외분 항상 건강하시고
나날이 행복으로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 양평에서 제자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