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남녘과 동해안 지역에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모쪼록 이번 태풍으로 우리나라 전역에 별 다른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퇴근길에 봉장에 들러 봉군 위에 벽돌과 돌 등 무거운 물건을 올려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했다.

처음 양봉을 접하는 해에 태풍 '루사'에
벌통이 날아가 통은 통대로, 소비는 소비대로 여기저기 나뒹굴고,

소비와 소비 사이 틈에 여왕벌과 일벌 몇 마리만 남아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던 안스러운 모습이 생생하다.

그 벌들을 살려보겠다고 무진 애를 쓰던 기억 역시 새롭다.

지난 주말 이틀도 역시 벌들과 호흡하며 정신 없이 보냈다.

나날이 늘어나는 벌들을 돌보는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주인의 노력에 보조를 맞춰 주는 벌들을 보는 재미로 견딜만하다.

가을 신왕을 기대하며 왕대를 이식한지 12일 만에 확인하니
7통 중 6통이 교미에 성공하여 산란을 하고 있다.
1통은 교미에 실패하여 약군에 합봉해 주었다.

모든 여건이 좋아서 그런지 신왕의 몸집이 큼직하고 통통하여
내년 봄을 기대하게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주말에 또 교미상을 편성했고,
오늘 퇴근길에 잘 익은 왕대를 이식해 주었다.

1차 교미상과 달리 교미 성공율이 많이 떨어질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자
민감한 일벌들이 수벌들을 끌어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보인다.

성공하면 다행이고, 실패하면 세력이 부족한 통에 보충해 줄 생각으로
계상과 단상 강군에서 교미상을 편성했는데,
내 결정이 바른 것인지 아직은 판단이 서질 않는다.

1차로 교미에 성공한 신왕은 산란이 부진하고 체구가 작은 여왕벌을 교체하고,
2차 교미상 중 다행이 교미에 성공한 신왕은 구왕 교체에 사용할 계획이다.

오랜만에 며칠 동안 비가 내리지 않자 적지 않은 꿀이 유입되는 것이 느껴진다.
들깨가 만발하고 습지 곳곳에 피어난 물 봉선화에서 화분과 꿀이 분비되는 것 같다.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는 해다.
덕분에 예상치 못했던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에 더욱 힘들었던 여름이었다.

이제 올해 벌 기르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기울인 정성 만큼만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고 싶다.

현재 봉군 상태는 평균 6매,
작년보다 2주 가량 빠른 상태다.

현 상태에서 방심만 하지 않고, 천재지변만 없다면
무난하게 강군으로 월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부터 가을 산란을 잘 받기 위해 준비할 것이 많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는 것에 대비해
소상 벽에 붙여 줄 보온재를 준비할 생각이다.

비용도 줄이고 수명도 긴 자재를 찾고 있다.

사부님!!!
사부님과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은 참으로 복 받은 곳인가 봅니다.

남녘에서는 태풍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려 피해가 예상된다는데,
평상시와 달리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벌 기르기 막바지에 달하니 체력이 달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한계에 도전한다고는 했지만, 내심 욕심을 부린 것인데,
그나마 결과가 좋으니 아직은 견딜만 한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동료가 놀리듯 하는 대단하다는 말의 의미를 요즘 새롭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이성(理性)을 찾아 양을 적절하게 조절할 생각입니다.

일만 하는 것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에게 일 밖에 모르는 아빠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바른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주말에 멋진 가든 파티에 동참하지 못해 송구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재능이 많으신 멋진 처남이 있으신 사부님은 행복한 분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동참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있겠지요?

늘 자상한 가르침과 도움 주셔서 고맙습니다.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 여기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변함없는 지도 편달 바라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태풍 언저리에 위치해 있지만, 피해 없으시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세요!!!!!

- 양평 제자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