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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양봉일기(47) - 달빛 아래서 정리 사양하다 2005/10/16

꿀벌마니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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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아침이면 안개가 자욱하다가
햇살이 퍼지면서 더위를 느낄 정도로 기온이 올라간다.
일교차가 커서 건강을 잃기 쉬운 때이다.

도봉이 무서워 아침 일찍 내검을 시작했다.
마지막 정리 사양을 하기 전 먹이판을 전환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체가 먹이로 가득 차고 봉개를 한 소비를 소상 벽면에,
먹이가 제일 적게 저장된 소비를 사양기 옆으로 옮겨 주었다.

아직도 출방하지 않은 봉판이 1-2매씩은 있지만,
규모가 고작 어린 아이 손바닥 정도가 대부분이다.

간혹 산란을 한 통도 있지만,
그런 통의 소비는 과감하게 사양기 옆으로 옮겨
기온 저하로 육충을 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다.

소비 전환을 하면서 세력이 약한 통은
먹이가 가장 적은 소비를 뽑아 축소를 했다.
어차피 축소를 할 상황이니 기회가 있을 때 망설일 이유가 없다.

늘 시간이 부족해 자세히 살피지 못한 탓에 낭패를 당했다.
사양기가 부실해 먹이가 새면서 도봉이 붙어
먹이는 절량 직전이고, 세력은 급격히 줄어 있다.

4년 동안 그런 일 당한 적이 없어서 방심했다가 호되게 당한 꼴이 되었다.
이런 경우도 경험이라면 경험일 것이다.

사양기가 부실한 통이 2통이었는데,
한 통은 세력이 좋아 도봉을 잘 이겨내고,
다른 한 통은 도봉을 이기지 못해 겨우 3매 정도의 세력으로 줄어 있다.

마음이 아프지만 어찌 할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그동안 산란하느라 애 쓴 여왕벌을 제거했다.

아직도 몸이 통통하게 살이 올라 산란을 하겠다는 의지가 보였지만,
욕심많은 주인의 부주의로 주인 대신 희생을 당했다.

이틀 후 퇴근길에 세력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통에 합봉할 예정이다.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퍼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도봉들이 덤비기 시작한다.
도봉의 공격 형태가 마치 파도가 밀려 오는 듯 하다.

어제부터 이틀간 서두른 덕분에
도봉이 붙지 않는 시간에 가까스로 소비 전환을 마쳤다.

더위를 느낄 정도의 한낮에는 관사 앞뒤의 텃밭을 정리했다.
말려 놓은 옥수수 대와 제거한 잡초를 태우며,
그 불에 감자와 고구마를 구워 먹었다.

입 주변이 시커멓게 지저분해 졌는데도,
아이들은 즐겁기만 한 모양이다.

해가 서산에 걸릴 즈음이 되어 다시 봉장에 올라
올 마지막 정리 사양을 했다.

3일 전에 목초액과 식초를 함께 희석해 숙성시켜
시큼한 냄새가 나는 먹이를 사양기에 부어 주었다.

내검을 하면서 기록한 먹이 상태에 따라 가감을 하면서 사양을 했다.

세력이 너무 강해 먹이가 조금 부족해 보이는 통도 있지만,
월동 포장 전에 군세 조정을 하면서 먹이판도 조정할 계획이다.

계획했던 시간이 훨씬 지나 동녘 하늘에 둥그런 달이 휘영청 떠오르고,
달빛을 받으며 어렵사리 정리 사양을 마쳤다.

허리는 끊어질 듯 통증이 느껴지고,
달빛은 하얗게 부서져 일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아무도 없는 산중이다보니 작은 인기척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하지만 큰 일을 무사히 마무리하였다는 안도감에
마음 한켠이 뿌듯하다.

앞만 보고 달려온 한해의 농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다.
또 한 고비 넘겼지만, 아직 긴장을 풀 때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진드기 구제가 남았고,
내, 외 포장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끝이 보이니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노력하리라 다짐을 해 본다.

사부님!!!
월동 준비는 다 하셨는지요.

올해는 예년에 비해 가을이 늦게 오는 것 같습니다.
작년 이맘 때 아침 기온이 영상 2-3도를 기록했었는데,
올해는 10도 내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도봉도 더 극성스럽기만 합니다.
용문산 정상 부근은 녹색이 아닌 붉은 색을 띠기 시작하고,
들녘에는 추수하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기만 합니다.

힘들었던 한해 벌 농사의 끝이 보입니다.
정말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기는 했는데,
어떤 결과가 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盡人事待天命.
최선을 다 했으니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한해 벌 농사.
마무리 잘 하셔서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사부님 내외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이 늘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 양평에서 제자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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