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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양봉일기(49) - 2005년 벌 농사 총 결산 2005/12/02

꿀벌마니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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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농가 뒤꼍의 감나무 가지 끝에
까치 밥으로 남겨진 붉은 연시가 반쯤 남았습니다.

군불을 때는지 굴뚝에서 뿜어지는 하얀 연기가
새벽 찬바람에 흩어지는 이제는 완연한 겨울입니다.

텅 빈 들녘의 지푸라기에도 산수유 빨간 열매에도
하얀 서리가 살포시 내려앉아
온기를 잃은 겨울 아침 햇살에 유난히 반짝거리는
정겨운 시골 풍경이 일상에 찌든 사람들에게 향수를 부릅니다.

일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한해 맞을 준비를 하는 12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첫 눈도 내렸습니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외롭게 느껴집니다.

요즘은 바쁜 손길을 접고 가으내 씨름하던 정든 벌들이
편안하게 겨울 휴식을 취하는 蜂場에서
시간 나는 대로 봉기구 손질을 하면서 새로운 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한해였습니다.
참으로 바쁘고 힘들게 보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작년에 비해 많이 늘어난 봉군이 100여 통.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에 뿌듯함이 배어나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아 욕심을 자제했었는데,
올해는 용감하게(?) 시도를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했지만,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만 했습니다.

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모양입니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주말의 역할은 모두
벌들로 인해 포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시간과 싸우듯 바쁘게 일하는 남편에게
식사와 간식을 날라주며 격려해 준 아내와
틈나는 대로 蜂場까지 찾아와 재잘거리며 함께 해준 아이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아마도 가족의 이해와 도움, 격려가 없었으면
오늘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올 봄.
총 70군이 월동에 성공하여 50군은 분양을 하고,
남은 20군을 가지고 봄 벌을 키워 채밀을 했습니다.

그 중 3군은 세력이 부실해 합봉하여 정작 채밀을 한 봉군은 17군.
아카시아와 잡 꿀, 밤 꿀까지 수확한 결과 군 당 1. 8말.

여건이 따르지 못해 이동은 꿈도 꾸지 못하고
한 지역에서만 채밀한 수확치고는 많은 양이라고들 하십니다.

물론 재래식 방법으로는 쉽지 않은 양이지만,
강하게 키운 벌들을 4단으로 올려 걸쭉한 꿀을 뜰 수 있었습니다.

4단으로 올려 관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채밀할 때는 오히려 편한 장점도 있습니다.

전화를 시킨 후 밀랍으로 겉을 싸 바르는 과정이 생략되어
벌들에게도 채밀하는 사람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벌들도 별로 붙어 있지 않은 맨 위의 소비만 뽑아 채밀을 하니
시간도 절약되는 데다 잘 익은 최상품의 꿀을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채밀을 하는데 동네 노인 어른께서 오셨기에 맛을 보시라고 권했더니,
꿀을 찍어 드시며 이렇게 된(농도가) 꿀은 처음이라며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전에 이곳에 왔던 사람의 꿀은 많이 묽었다며.....

채밀을 마치고 분봉을 해서 월동에 들어간 봉군이 110통.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과 싸우며 얻어낸 수확인 만큼
저에게는 대단한 결과이자 자부심입니다.

역시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7∼80% 정도는 분양을 하고
남은 봉군을 잘 관리해 채밀할 생각을 하고있는데,
순조롭게 분양이 이뤄질지 새로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가슴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를 믿고 양봉을 처음 시작한 동료가 기대 이상의 채밀과 봉군 증식을 했고,
계속해서 양봉인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입니다.

같은 일을 하는 마음 맞는 동료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든든하고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함께 토론하여 최선의 방법을 도출할 수 있고,
또한 서로 의지가 되기에 지쳐서 주저앉고 싶을 때도
새롭게 기운을 내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함께 발전하도록 서로 최선을 다 하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두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얻자
주변에 양봉을 하겠다는 동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만만한 일이 아니니
신중하게 생각하라 권하기는 하는데,
의욕을 보이는 분들께 어려움만 말해 줄 수 없어 고민입니다.

올해 새로 시작한 다른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로
벌들이 모두 폐사되는 일을 겪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채밀 이후 벌 관리에 소홀함을 넘어 방치하다시피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지만.....

올해도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보릿겨를 화분 대용으로 사용하여
영양 부족으로 산란이 주춤한 일도 있었고,

시간에 쫓겨 제때 약제 처리를 하지 못해
심하지는 않지만 일부 질병을 앓은 봉군도 있었습니다.

경험 부족으로 무정란을 낳는 신왕에게 여름내 속았다가
나중에 알고는 무식을 자책하던 일도 새롭기만 합니다.

따뜻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 것에 고무되어
조금이라도 더 산란을 받겠다고 욕심을 부려
월동 식량 주는 시기를 일주일 가량 늦췄는데,
11월 초순까지 유봉이 태어나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로 인해 먹이가 부족한 통이 있어
먹이가 많이 저장된 소비를 보충해 주기는 했지만,

최종 점검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면
벌들을 굶겨 죽이는 죄를 지을 뻔했습니다.

한가지 마무리짓지 못하고 내년으로 미룬 일이 있습니다.
친지 어른께서 토종벌 1통을 분양해 주셨는데,
기존과 관리방법을 달리 해보려고 시도를 했지만
노력이 미흡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숙제는 내년으로 미뤘지만,
관심을 더 가지고 관리하여 원하는 것을 얻도록 할 생각입니다.

살아 있는 생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관리가 수월하고 시간까지 절약할 수 있는 데다
현재보다 더 나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분들께서 이미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기술을 배울 기회가 없어 새롭게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일년동안 겪었던 많은 문제들이
시간에 쫓기고 경험이 부족하여 생겼다기보다는
욕심이 과하여 일어난 일이라 생각합니다.

4번째 월동에 들어가는 아직은 초보 딱지를 떼기 이르지만
짧은 기간 동안 제 능력 범위 안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뤘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욕심을 자제하고
양보다 질적인 면에서 실력을 더 쌓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일정별 작업 계획을 수립하여 차질 없이 시행할 생각입니다.

올해의 풍작(?)은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뒤에서 성원해 주시고 끊임없이 지도해 주신 사부님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사부님, 정말 고맙습니다.
사부님의 격려와 지도 덕분에 이룬 결과입니다.

내년에도 많은 가르침과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질책을 바랍니다.
앞으로도 사부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전국의 모든 양봉 가족 여러분!!!
유난히 비가 많았던 일년동안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예상보다 풍성한 수확을 거둔 분도 계실 것이고,
반대로 실패의 아픔을 겪은 분들도 계시겠지요.

내년에는 벌들과 인연을 맺은 모든 분들이 더욱 더 번창하여
매일 매일이 새로운 행복으로 가득하시고
항상 건강하심과 만상·풍밀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양평에서 제자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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