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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양봉일기(94) - 때 늦은 축소를 마치고 2006/10/30

꿀벌마니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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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가을이 가을이 깊었습니다.
봉장 입구에는 밤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용문산 자락의 나무들은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길고 지루한 겨울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풍년을 알리던 황금 들녘은 추수를 마친 뒤
편안한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예년 같으면 벌써 휴식에 들어갔어야 할 벌들을
지난 주말에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그동안 도봉을 핑계로 게으름을 떨었고,
심한 몸살감기로 그나마 또 한 주를 미뤘던
축소와 먹이 소비 조정을 가까스로 마쳤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2통이나 여왕이 망실되었으며(충주호 포함),
기대 이상의 세력을 가진 통도 있고,
반대로 기대 이하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통도 있습니다.
세력이 부족한 통은 구왕을 제거한 후 세력을 보충할 계획입니다.

채밀 이후 차분하게 약군에 세력 보충을 해 주고도
겨울나기에 넉넉할 만큼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구왕을
제거한다는 것이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정말 미안하다, 얘들아! 끝까지 함께 가지 못해서!"

어찌된 일인지 아직까지 수벌이 살아있는 통도 있고,
여왕이 분명히 살아 있는데도 산란성 일벌이 생긴 통도 있어
참으로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사양기가 새는 바람에 도봉 피해를 당한 통은
거리가 많이 떨어진 봉장을 옮겨다니며 수습을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멸하고, 여왕만 간신히 기어다니고 있더군요.

가엾고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제거를 했습니다.
주인이 관리를 잘 못해서 희생된 일벌과 여왕벌에게
너무나 큰 죄를 진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먼, 일찌감치 다른 통에 합봉이라도
시켰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큽니다.
이런 것도 필요한 경험일 것이라 자위를 해 봅니다.

충주호에서 태어난 일벌들은 기존의 일벌들과 확연하게
구별이 되긴 하는데, 현재 살아 있는 노란 일벌들과
세대교체를 하고 모두 충주호 시커먼 놈들만 남게되면
여왕 찾는 일이 장난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보다 충주호 일벌들의 체구가
작아 보이던데,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먹이 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상태고, 일부 부족한 통은
미리 뽑아놓았던 저밀 소비를 보충해 주었습니다.

진멸판을 꽂아 놓은 덕분에 진드기는 어느 정도
구제가 된 것 같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어 다음 주에
속살만으로 한 번 더 구제를 할 계획입니다.

내부 포장을 새로운(?) 방법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골판지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미 종이 박스를 사용하는
분들이 하시는 방법의 불편함을 개선하려 함입니다.

대신에 외부 포장은 생략하려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느끼는 것이지만, 보온만이 월동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벌들이 불편함 없이 겨울나기를 하는 데는 조건이 많겠지만,
충분한 먹이, 습기를 제거하는 적절한 환기,
그리고 진드기 등 해충과 질병 예방이라 생각합니다.
시도해 본 후 결과가 좋으면 내용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예년에 비해 늦었지만, 설악산 등 강원 산간 지방에는
얼음이 얼고 서리도 내렸다고 합니다.
내일은 북부 내륙지방에 서리가 내린다는 예보입니다.

가을이 늦게 온 만큼 겨울은 빠르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게으름을 떤 탓에 마음이 바쁩니다.
아직 몸살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힘이 들지만,
며칠만 더 노력하면 끝이 나니  힘을 내야겠지요?

사부님!!!
가을이 깊었습니다.
편히 지내시는지요?

올해 벌 농사의 마무리 시점입니다.
유난히 꾀가 나고 일하기가 싫어 한 달 가까이 손을 놓았었습니다.
시간이 충분했고 여건도 좋았지만, 정말 일이 하기 싫더군요.

기온이 내려가며서 시기가 시기인 만큼 꾀를 부릴 수도 없어
미뤘던 일까지 하다 보니 전보다 더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다 제가 저지른 업보지요.

월동 채비가 마무리 된 후에 맛있는 술자리라도 갖고 싶습니다.
사부님과 마주 앉아 벌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자리가 파한 후까지 이어지는 진한 아쉬움은
다음 만남을 위해 준비해 놓은 예약석 같은 생각이 듭니다.
모든 정리가 마무리 된 후에 그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고 고달팠던, 그러나 희열도 맛 보았던 벌 농사의 끝점이 코앞입니다.
마무리 잘 하셔서 월동 무사히 나시고,
좋은 일들로 가득한 나날 이어지시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 양평 제자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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