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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양봉일기(32) - 벌들의 천적(天敵)들 2005/07/27

꿀벌마니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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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힘들던 장마가 끝나자
이어지는 무더위에 모든 생물이 지친 듯 보인다.

벌들도 착륙판에 모여 더위를 피할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일부 벌들만 나들이를 하고 있다.

밤 꿀 채밀 이후 극성을 부리던 도봉도 요즘은 뜸해졌다.
꽃이 피고 적당량의 먹이가 주어져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 그런 모양이다.

장마 이후 비가 내리지 않자 여름 꽃들이 피어나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면서 벌들을 유혹하고 있다.

무궁화 꽃이 절정을 이루고,
해바라기 큼직한 얼굴의 해맑은 미소가 아름답다.

옥수수 수술에 그네 타듯 매달려
화분을 모으는 벌들을 바라보는 그 순간이 행복하고,
노란 호박꽃에 들어가 온 몸에 화분을 묻히며
조금이라도 더 채취하려는 벌들의 몸놀림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연분홍 꼬리 조팝나무가 계속 꽃대를 올리고,
능소화도 끊임없이 화사한 꽃을 피운다.

줄기 상단에 몇 송이 피어난 참깨 꽃에도
벌들은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먹이를 수집하느라 분주하다.
길가에 심어진 코스모스가 철 이르게 만발하여 벌들을 즐겁게 한다.

조생종 벼이삭이 어느새 고개를 내밀었다.
머지않아 벼에서도 화분이 반입될 것이다.

항상 시간이 부족함을 느끼며 벌들을 관리하는 저에게
여름은 더욱 바쁘기만 한 계절이다.
더위와 싸우며 벌 관리하랴, 벌을 노리는 천적들을 제거하랴
정신 없이 지내고 있다.

꽃들이 피어나면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먹이가 많아진 반면,
천적들도 부쩍 늘어나 벌을 지키는 나를 긴장시키고 있다.

띄엄띄엄 황 말벌이 보이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장수말벌의 습격이 시작될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사격장 창고에 말벌 집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말벌 집을 제거했다.
말벌의 무서움을 모르고 어설프게 준비한 탓에 3방을 쏘여 고생을 많이 했지만,
200마리 정도의 말벌을 두 병에 나눠 말벌 술을 담갔다.

애벌레는 비위가 약해 먹을 염을 내지 못하고
냉동실에 보관 중인데, 달라는 사람이 없다.
체력 보강과 술안주로 기가 막히다는데.....

올 들어 숫자가 부쩍 늘어난 개구리들이 소문 앞을 점령해서
벌들을 노리고 있다.

여기저기 거미가 다양한 모양의 줄을 치고 매복을 하고 있으며,
잠자리들도 벌들을 위협한다.

아름다운 소리로 짝을 찾는 산새들도 벌들에게는 빼 놓을 수 없는 천적이다.
최근에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사마귀 어린것도 벌통 주변을 서성거린다.

장마가 끝나며 진정이 되었지만,
한동안 개미들도 물을 피해 개포 위에 노란 알을 낳고 둥지를 틀어
나를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대처 방법이 미숙해 개미 약을 잘못 뿌려
벌 한 통을 몰살시키는 뼈아픈 대가를 치르기도 했었다.

벌을 키우면서 본의 아니게 많은 살생을 하고 있다.
천적들뿐만 아니라 주인도 몰라보고 공격하며 죽는 벌들과
내가 잘라버린 수많은 수벌 애벌레,
그리고 부주의로 죽는 벌까지를 따진다면 그 숫자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세속오계(世俗五戒) 중 살생유택(殺生有擇)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많은 생명을 제거해 죄 값을 치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 약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까운 절이라도 찾아가 불공이라도 드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차를 운전하다 보면 곳곳에서 농약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농작물의 병충해 방지를 위해 농약을 치는 농민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벌들의 피해가 우려되니 안타깝기만 하다.

다행이 봉장이 계곡에 자리잡고 있어,
여름철에는도랑물이 졸졸 흘러 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지만,
가끔 고추밭에 방화한 벌들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천적과 농약으로부터 벌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은 없는 것일까?

7. 17일 분봉을 끝으로 올 증식을 모두 마쳤다.
올해 계획한 양보다 조금 더 많은 봉군을 늘렸는데,
구왕 교체와 교미에 실패하는 통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계획과 맞을 것 같다.

아직 20여 통 정도가 교미 전이지만,
이번 주말쯤에 확인하면 대부분 결과가 나올 것이다.

지난 주말까지 분봉군 중 교미에 성공하여 산란을 하는 통의 세력 조정을 마쳤다.
세력에 따라 강군에서 뽑아낸 봉판을 1∼2매씩 보충해 주었다.

약제 처리도 마쳤고,
일부 진드기 구제를 하지 못한 통은 이번 주말에 계획하고 있다.

올해 채밀한 꿀을 어떻게 다 판매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많은 분들의 호응으로 판매를 모두 마치고 가족들이 먹을 양만 남았다.

벌들에 의해 자연 숙성된 꿀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전국 곳곳의 해수욕장에 물 반, 사람 반이라는 기사를 접하면서도
피서 계획을 세우지 못해 가족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휴일에 쉬지 못하고 일하는 남편과 아빠를 이해해 주리라 믿지만,
역시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8월중에 시간을 내서 다녀올 생각인데, 뜻대로 되려는지.....

사부님!!!
참으로 오랜만에 홈을 찾았습니다.

왜 이리 사는 것이 고달프고 정신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 사는 도리도 다 못하고.....

사부님께서 지도해 주신 덕분에
다른 양봉인들에 비해 수확도 많았고
계획한 수량만큼의 봉군도 증식을 했습니다.

왕대를 분양 받으러 몇 번 갔지만,
그때마다 서로 바빠 마음 속 얘기 변변히 하지 못하고
아쉬움만 간직한 채 되돌아 서는 마음 정말 많이 아쉬웠습니다.

조만간 시간 내어 찾아 뵙고
좀 더 깊이 있는 가르침 받겠습니다.

형수님!!!!
정성껏 기르신 고추 따 주셔서 잘 먹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만날 때마다 제 칭찬을 하시지만,
아직 멀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새기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많은 지도와 도움 주심에 고마운 마음 전하고
지금보다 더욱 노력하여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일도 좋지만 건강 조심하시고
뜻하시는 일들이 원활하게 이루어 지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 양평에서 제자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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